
10개월간의 좋은 여행을 한 기분이었습니다.
○경 엄마
선생님, 어제 저녁은 정말 마음이 벅차오르는 듯한 기분으로 보냈습니다.
발등에 불이 떨어져야 시작하는 제 성격인지라 1주일동안 편지를 써야 한다는 생각만 하고 단 한자도 못 쓰다가 어제 점심 먹는 식당에서 밥 나올 때까지 좀 끄적이고, 경이치과 대기실에서 A4 용지 한 장 얻어서 쓰다가 그것도 시간이 모자라서 상담실에 와서야 편지를 마쳤어요.
첨에는 많은 말을 하고 싶었지만, 막상 적으려니 너무 이상했어요. 하지만 쓰다보니 제가 하고 싶었던 말들이 자연스럽게 나왔고, 생각지도 않은 말들도 나왔어요.
종이에 써 내려갈 때는 제가 울꺼라고는 상상도 안했지요. 그냥 쭉 읽을거라고 생각했어요. 근데 너무 예상치도 않게 목부터 잠겨왔어요. 제가 울먹인다는 것을 나중에야 알았어요. 머리가 앞서는 성향이 어제는 가슴이 먼저 반응을 했었지요.
경이가 울고 있다는 것도 몰랐고 선생님이 말씀해주셔서 알았지요. 경이한테 집으로 가는 길에 왜 울었어? 물었더니, 생각이 나서 울었다고 하던데, 마음이 가벼워 보였어요.
그리고 중간 즈음에서 아빠를 만났는데 아빠를 보자마자 껴안더니 볼을 막 부비더라구요. 아이 맘도 뭔가 해소되는 순간이었나보다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집에 가서 경이 아빠한테도 편지를 읽으라고 주었는데, 뭘~ 하면서 안 읽으려고 해서 억지로 보게 했어요. 조용히 읽더니 경이한테 잘 간직하라고 하대요.
오늘 아침 기분이 참 좋았어요. 10개월간의 긴 여행이 끝나고 집에 돌아온 기분이랄까, 제 스스로 뿌듯하고 안정되는 기분이었어요.
어제 경이는 아기인형을 선물 받고 저녁 내내 아기 돌보는 놀이를 했습니다. 동생이 없어서, 사촌들과 놀 때도 2:1 로 나뉘는 거에 대해 외로움을 최근 느끼기 시작했어요. 포대기에 아기를 업고 병원에도 가고 우유도 먹이고 밤에 잘 때는 자기 베개에 같이 뉘여서 제가 경이한테 토닥토닥 하듯이 아기 보는 방향으로 옆으로 누워서 안고 자더라구요.
그래서 엄마도 안아줘 그랬더니 잠시 고민하다가 천정을 보고 눕더니 양팔을 벌려 내가 중간이니깐 이렇게 아기도 엄마도 토닥토닥 하면 되겠다 하고 자더군요. 참 평온한 밤이었습니다.
앞으로 살아가면서 더욱 마음이 힘든 순간이 많겠지요. 아이도 저도 올해 이 여행이 좋은 내공으로 쌓여 힘이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다음에도 또 찾아뵐거에요. 고맙습니다.
박노해차상숙부부심리상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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